아버지가 당뇨 합병증으로 처음 쓰러지셨을 때 저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떡집으로 출근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아침 공복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이 혈당에 어떤 일을 하는지. 아버지처럼 당뇨가 올 수 있다는 두려움은 있었지만, 설마 커피가 문제겠냐 싶었습니다.
마흔여덟, 11년째 떡집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고 있습니다. 새벽 4시 출근, 7~8시간 기립 노동. 아버지는 3년간 당뇨와 암으로 투병하시다 작년에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닭 발골 작업으로 어깨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반복된 노동, 당뇨에 대한 두려움, 암에 대한 공포 — 이게 제가 건강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공복 커피가 혈당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공복 커피가 혈당을 올리는 이유
커피 속 카페인은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 분비를 자극합니다. 이 두 호르몬은 몸이 “긴급 상황”이라고 판단할 때 간에 저장된 포도당을 혈액으로 방출시킵니다.
아무것도 먹지 않은 공복 상태에서 이 반응이 일어나면, 혈당이 음식 없이도 오릅니다. 인슐린이 나와서 처리하려 하지만,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라 인슐린 반응 자체가 불안정해집니다.
떡집 일을 하면서 새벽에 몸을 많이 쓰는 분들은 이 반응이 더 강하게 옵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이미 높은 상태에서 카페인까지 더해지면 혈당 스파이크가 커집니다.
당뇨가 있으셨던 아버지를 오래 옆에서 지켜봤습니다. 혈당 관리가 잘 안 되는 날이면 온몸이 무거워 보이셨습니다. 그 모습이 눈에 밟혀서 저는 지금도 혈당 얘기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순서 하나만 바꾸면 됩니다
커피를 끊을 필요는 없습니다. 새벽부터 몸을 쓰는 사람이 커피 없이 버티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연구자들이 권하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뭔가를 조금이라도 먹은 뒤에 커피를 마시는 것입니다.
영국 배스대학교 연구팀이 2020년 British Journal of Nutrition에 발표한 연구에서, 수면 후 공복 상태로 커피를 먼저 마신 그룹은 식후 혈당 반응이 50% 가까이 높아졌습니다. 반면 음식을 먼저 먹은 뒤 커피를 마신 그룹은 혈당 반응이 안정적이었습니다.
순서 하나가 이만큼 차이를 만듭니다.
새벽 노동자에게 현실적인 방법
식사를 제대로 차려 먹고 나서 커피를 마실 여유가 없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럴 때 제가 쓰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커피 마시기 전에 뭔가 한 입이라도 먹습니다. 삶은 달걀 하나, 견과류 한 줌, 텃밭에서 가져온 채소 조금. 완벽한 식사가 아니어도 됩니다. 위에 음식이 조금이라도 들어가 있으면 카페인의 혈당 자극이 완충됩니다.
7년째 텃밭을 짓고 있어서 아침에 채소를 조금 먹는 게 어렵지 않게 됐습니다. 텃밭이 없다면 냉장고에 삶은 달걀을 미리 준비해두는 게 가장 간단한 방법입니다.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이 얘기를 드렸을 겁니다. 커피 한 잔을 마실 때 순서 하나만 바꿔보시라고.
참고: Dunican et al., British Journal of Nutrition, 2020 / 식품의약품안전처 카페인 섭취 가이드라인
이 글은 건강 정보를 공유하는 목적으로 작성됐습니다. 당뇨 진단을 받으셨거나 혈당 관리 중이신 분은 담당 의사와 상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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