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일 끝나고 동천변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이유
아버지가 당뇨 판정을 받으셨을 때 의사가 한 말이 있습니다.
“운동 하셔야 합니다.”
막연했습니다. 무슨 운동을, 얼마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도 구체적으로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결국 꾸준한 운동을 못 하셨고, 당뇨는 합병증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모습을 옆에서 3년 동안 지켜봤습니다. 저는 당뇨가 무섭습니다.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어떤 운동이 혈당에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답은 허벅지였습니다.
서서 일한다고 허벅지가 단련되지 않는다
11년째 떡집에서 하루 7~8시간을 서서 일합니다. 처음엔 이 정도면 다리 운동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닙니다. 서 있는 것과 허벅지 근육을 쓰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허벅지 앞쪽 대퇴사두근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해야 단련됩니다. 한자리에 가만히 서 있으면 이 근육은 거의 움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종아리와 발목에만 부담이 쌓입니다.
연세대·한국의학연구소 공동 연구팀이 32만 명을 분석한 결과, 허벅지 둘레가 1cm 줄어들 때마다 당뇨 위험이 여성 9.6%, 남성 8.3% 높아졌습니다. 허벅지 근육량이 혈당 조절 능력과 직결된다는 뜻입니다.
아버지가 당뇨로 고생하시는 동안 몸이 점점 가늘어지셨습니다. 특히 다리가 눈에 띄게 얇아졌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근감소와 혈당 악화가 함께 진행된 겁니다.
허벅지 근육이 혈당을 낮추는 이유
허벅지는 인체에서 가장 큰 근육 덩어리입니다. 전신 근육량의 약 30%를 차지합니다.
근육이 수축하면 GLUT-4라는 포도당 수송체가 세포막으로 이동합니다. 이 수송체가 혈액 속 포도당을 근육 세포 안으로 끌어당깁니다. 인슐린 없이도 작동합니다. 운동 중에는 인슐린 저항성과 무관하게 혈당이 떨어지는 이유입니다.
허벅지 근육이 클수록 이 수송체의 절대량이 많아집니다. 운동할 때뿐 아니라 쉬는 동안에도 기초 혈당 소비량이 높게 유지됩니다.
텃밭 가는 길이 운동이 된 이유
7년째 텃밭을 짓고 있습니다. 순천 동천변을 따라 자전거로 왕복 1시간 거리입니다. 주 3회 텃밭에 가서 작물을 관리하고 돌아옵니다.
처음엔 텃밭 일이 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자전거 타는 시간 자체가 몸에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허벅지 대퇴사두근이 수축·이완을 반복합니다. 관절에 충격이 없고, 오르막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강도가 높아집니다. 동천변 길은 평탄하지만 바람과 속도만으로도 충분한 자극이 됩니다.
일부러 운동 시간을 따로 낼 필요가 없었습니다. 텃밭 가는 길이 그대로 허벅지 운동이 됐습니다.
지속 가능한 운동이 혈당을 바꾼다
스쿼트가 효과 없다는 게 아닙니다. 다만 매일 작업복 입고 새벽부터 일한 몸으로 스쿼트를 꾸준히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전거는 다릅니다. 목적지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타게 됩니다. 텃밭이 그 목적지가 됐습니다.
아버지한테 당뇨 판정이 나왔을 때 이걸 알았다면, 같이 동천변을 자전거로 달렸을 겁니다. 지금은 혼자 달립니다.
악력과 뇌 건강의 관계가 궁금하신 분은 손아귀 힘이 치매 위험을 결정하는 이유에서 이어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참고: 연세대·한국의학연구소, 당뇨병학회지, 2019 / Richter & Hargreaves, Physiological Reviews, 2013
이 글은 건강 정보를 공유하는 목적으로 작성됐습니다. 당뇨 진단을 받으셨거나 혈당 관리 중이신 분은 담당 의사와 상의하세요.


